"오늘이 산이 가장 많이 보이는 날이다."
나는 어디서든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네에서 자랐다. 산은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예고하는 지표였으며, 매일 달라지는 그 존재감은 나를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접속시키는 통로였다. 성인이 되어 서울 도심으로 거처를 옮긴 뒤,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것은 건물들 틈 사이로 밀려난 산의 아주 작은 조각뿐이었다. 어느 날 습관처럼 창문을 열었을 때, 그 파편 같은 풍경 앞에 타워크레인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날 이후로 매일매일이 저 산이 가장 많이 보이는 날이 되었다.
도시의 수직적 팽창은 풍경 속 남은 빈틈들을 높은 건물들로 빠르게 메워가고 있었다. 그렇게 건물들 사이로 겨우 남겨진 산은 단지 배경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이 도시가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소거하는지를 상징하는 시각적 대상이 되었다. 작업 <마주친 풍경> 은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전개되었다. 특정 지역을 설정하고 직접 걸으며 수집한 산과 건물 사진들을 렌티큘러 형식으로 재배치하여, 전면에는 두 풍경이 뒤섞인 혼재된 현재를, 측면에서는 산만 혹은 건물만이 드러나는 단면을 구성했다. 
여러 지역을 촬영하면서 재개발 예정지를 마주하는 일이 잦았다. 곧 달라질 풍경을 상상하다 보니, 현재를 기록하는 것만큼이나 다가올 변화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 오히려 지금을 더 선명하게 보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연작〈마주할 전경〉은 이러한 고민의 시각적 구현이다. 변화를 앞둔 장소의 전경 사진을 조각내어 여러 층의 아크릴 구조 위에 나누어 배치했다. 균일한 크기의 블록들은 획일화되어가는 도시의 구조를 반영한다. 전면에서 봤을 때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각도를 조금만 달리하면 분절된 전경이 파편화되어 나타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더욱 고도화되고 균일해질 다가올 풍경을 감각하게 하고자 했다.
사진으로 현재를 기록하고 시점을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나는 끊임없이 팽창하는 도시 속에서 '산'이라는 존재를 우리가 붙잡아야 할 사유의 기준점으로 제시한다. 이 낯선 풍경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시간이, 무심히 지나치던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소중한 것을 바라보는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멈춤의 시선 속에서, 오늘이 산이 가장 많이 보이는 날이다.
Back to Top